가을 정원에서 가위를 드는 사람은 꽃이 미워서 드는 게 아닙니다. 웃자란 가지를 쳐 내야 남은 가지로 힘이 모이고, 다음 꽃이 제 모양을 찾기 때문입니다. 을유(乙酉)일주는 이 장면을 기둥 하나에 담고 있습니다. 천간 을(乙)은 풀과 꽃이고, 그 아래 지지 유(酉)는 가을 한복판의 쇠입니다. 꽃 밑에 칼이 놓였다고만 보면 위태로운 그림이 됩니다. 을유를 풀어 둔 사전의 문장들은 그보다 한 걸음 더 갑니다. 가위가 꽃을 다듬는 사이로 적습니다. 그리고 12운성이 절에 앉는 일주 넷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절이면서 일지 안이 편관 하나뿐인 자리는 을유 하나입니다.
꽃, 가위, 그리고 가지치기
을목은 풀·꽃·덩굴에 비유되는 음목(陰木, 음의 나무 기운)입니다. 곧게 솟는 큰 나무가 아니라, 환경과 어우러지며 옆으로 뻗어 가는 쪽입니다.
그 아래 유는 가을이 가장 깊은 시기의 쇠입니다. 지지 안에 숨은 천간, 곧 지장간은 신(辛) 한 글자뿐입니다. 그리고 신금은 다듬어진 보석, 정밀한 칼, 세공된 금속에 비유되는 글자입니다.
오행의 상극에서 쇠는 나무를 잘라 냅니다. 그러니 을유는 풀 아래에 정밀한 가위가 놓인 자리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긴장된 그림이 맞습니다.
을목 기준으로 신금은 편관(偏官, 나를 극하면서 음양이 같은 글자)이 됩니다. 을목 항목은 을목에게 신금이 어떤 글자인지 묻는 문답에서, 균형이 잡히면 다듬어져 빛이 나지만 칠살(편관의 다른 이름)이 과다하면 위축될 수 있다고 답합니다. 같은 가위가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말입니다.
을유 항목의 첫 설명은 "유금이 을목을 정밀하게 다듬는 자리"이고, 그래서 섬세함과 단단함이 함께 발달하는 일주라고 적습니다. 한편 신금 일간 쪽에서 보면, 신금 항목은 신금과 을목이 만나는 모습을 "정밀한 칼이 풀을 베는 결"로도 적습니다. 다듬기와 베기, 두 얼굴이 한 쌍으로 붙어 있는 셈입니다.

을유의 꽃은 가지치기를 받는 꽃입니다.
절에 앉은 네 일주, 가위만 남는 건 하나
12운성은 일간의 기운이 각 지지에서 어느 생애 단계에 있는지를 열두 단계로 나눈 것입니다. 을목은 오(午)를 장생으로 삼아 거꾸로 돌기 때문에, 유에서 열 번째 단계인 절에 닿습니다. 꽃의 기운이 가장 낮게 내려간 자리입니다.
12운성 규칙대로 60갑자를 모두 따져 보면, 일지가 절인 일주는 갑신(甲申)·을유·경인·신묘 넷입니다. 넷의 일지 안을 열어, 중심 글자(본기)가 편관인지부터 보겠습니다.
| 일주 | 일지 안 글자 | 일간에게 그 글자는 |
|---|---|---|
| 경인 | 갑·병·무 | 편재·편관·편인 |
| 신묘 | 을 | 편재 |
| 갑신 | 경·임·무 | 편관·편인·편재 |
| 을유 | 신 | 편관 |
12운성이 절인 일주 넷입니다. 중심 글자가 편관이면서 일지 안이 그 한 글자뿐인 건 을유 하나입니다.
경인은 일지 인(寅) 안에 세 글자가 있고, 그 본기 갑목이 경금에게는 편재(재물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신묘는 일지 안이 을목 한 글자지만, 신금에게 을목은 가위가 아니라 편재입니다. 두 일주는 여기서 빠집니다.
남는 건 갑신과 을유입니다. 둘 다 일지의 중심 글자(본기)가 편관입니다. 둘을 가르는 건 일지 안 글자의 수입니다.

갑신의 편관은 도끼, 을유의 편관은 가위
같은 편관이라도 쇠의 결이 다릅니다. 갑신의 편관은 일지 신(申)의 본기 경금(庚金)입니다. 경금 항목은 경을 큰 도끼와 큰 칼, 신금의 정제된 보석과 달리 거칠지만 강한 단단함으로 적고, 갑신 항목은 이 일주를 큰 나무가 가을 도끼 아래에서 단단히 다듬어지는 형상에 비유합니다.
을유의 편관은 신금입니다. 큰 나무에는 도끼가 가고, 풀과 꽃에는 정밀한 가위가 갑니다. 을유 항목이 "유금이 을목을 정밀하게 다듬는 자리"라고 적은 그 가위이고, 지장간이 신금 하나뿐이라 그 손길이 또렷하다고도 덧붙입니다.

절은 잘린 마디에서 다음 눈이 트는 단계
절은 '끊을 절'이라 이름부터 서늘합니다. 절 항목도 12운성 가운데 기운이 가장 약한 자리라고 적습니다.
그런데 같은 항목의 다음 문장이 중요합니다. 절은 약함의 끝이면서 다시 태(胎)·양(養)·장생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출발점, 끝과 새 시작이 만나는 자리라고 합니다. 절 바로 다음이 새 생명이 잉태되는 태입니다.
가지치기도 그렇습니다. 잘라 낸 자리는 한동안 휑하지만, 그 마디에서 다음 가지가 나옵니다. 을유의 절을 '끊겼다'에서 멈춰 읽으면 그림의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편관 항목은 편관을 두고 강력한 압박과 동시에 큰 그릇을 만드는 자질이라고 적습니다. 가위가 무거운 만큼, 다듬어졌을 때 남는 모양도 뚜렷하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을유 항목이 꼽는 결, 내게도 보일까
을유 항목이 꼽는 결을 다섯 가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태어난 날이 을유라면 내 모습과 닮은 문장이 있는지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 겉은 부드럽고 다정해 보이는데, 속에는 예리한 자기 기준이 있습니다
- 친절하게 대하지만 아무나 가까이 두지 않고, 한번 깨진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 한 가지 길에 정성을 모을 때 가장 큰 힘이 나고, 여러 갈래로 흩어지면 본래 색이 흐려집니다
- 손과 감각이 결과로 이어지는 일에 마음이 갑니다
- 스트레스를 밖으로 털어 내기보다 안에서 묵히는 편입니다
다섯째 항목에 대해서는 을유 항목이 회복의 방법도 함께 적어 둡니다. 손과 머리를 함께 쓰는 취미, 산책, 정기 검진입니다. 을목의 부드러운 활동성을 너무 누르면 무기력이 함께 온다는 설명이 그 앞에 붙어 있습니다.
을유일주를 두고 자주 묻는 것
- Q. 절에 앉으면 기운이 없는 건가요
- 절 항목은 일주에 절이 들면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력은 가장 약한 자리지만, 깊은 사색·종교·철학적 자질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적습니다. 약한 칸이라는 것과 자질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Q. 갑신일주도 절이라던데 을유와 같은가요
- 12운성이 절이고 일지의 중심 글자가 편관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다만 갑신의 편관은 큰 나무를 다듬는 도끼 같은 경금이고, 을유의 편관은 꽃을 다듬는 가위 같은 신금입니다.
- Q. 을유 일지의 신호가 또렷하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 을유 항목은 지장간이 신금 하나뿐이라 일지의 신호가 매우 또렷하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길에 정성을 다할 때 가장 큰 힘이 나오고, 산만하게 흩어지면 본연의 색이 흐려진다고 덧붙입니다.
- Q. 을유일주의 가위는 무엇을 뜻하나요
- 을목에게 신금은 편관, 나를 극하면서 음양이 같은 글자입니다. 편관 항목은 강력한 압박과 동시에 큰 그릇을 만드는 자질로 적고, 을목 항목은 균형이 잡히면 다듬어져 빛이 나지만 과다하면 위축될 수 있다고 적습니다.
가지치기를 받는 꽃이라는 그림은 을유를 읽는 첫 장입니다. 성격·직업·합충은 을유일주 사전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