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새벽, 외갓집 마당의 돌 우물 뚜껑을 밀면 하얀 김이 올라옵니다.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은 손끝이 아릴 만큼 차갑지만 바닥까지 비칠 만큼 맑아요. 우물 곁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비가 석 달 넘게 오지 않던 해에도 그 나무만은 잎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뿌리가 우물 물길에 닿아 있었던 거예요. 갑자 사전은 갑자(甲子)를 큰 나무 한 그루가 깊은 우물 위에 곧게 선 형상에 빗댑니다. 천간 갑(甲)은 위로 뻗는 큰 나무, 지지 자(子)는 한밤중의 깊은 물이에요. 60갑자의 첫 번째 자리이기도 합니다. 60갑자에서 일지에 정인을 품은 일주는 열둘입니다. 그중 열하나의 우물에는 정인 말고 다른 글자가 섞여 있어요. 정인 한 가지만 담긴 우물, 그게 갑자입니다.
섞인 물이 없는 우물
자는 12지지의 첫 글자로,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정북 물입니다. 지장간은 지지 한 글자가 안에 감춰 둔 천간을 가리킵니다. 두루미사주가 쓰는 인원용사 표로 보면 열두 지지 가운데 자·묘·유 셋만 그 감춘 글자가 하나뿐이에요(날짜별 사령을 따지는 월률분야 표에서는 자에 임이 더해집니다). 자의 그 하나는 계수(癸)입니다. 자 사전은 다른 천간이 섞이지 않아 가장 순수한 음수의 기운이 응축된 자리라고 적습니다.
갑목 쪽에서 계수를 읽으면 정인이 됩니다. 나를 생해 주는 오행 가운데 음양이 엇갈리는 쪽을 이렇게 불러요. 정인 사전이 정인의 예로 맨 먼저 드는 짝이 바로 갑목과 계수예요. 양목 갑이 음수 계의 자양분을 받아 자라는 관계로 설명합니다.

같은 표로 60갑자를 전부 늘어놓고 일지 안에 정인이 든 일주를 골라 보면 열둘이 나옵니다. 그중 열하나는 정인 곁에 다른 글자가 함께 살아요. 기사의 사 안에는 상관과 겁재가, 을해의 해 안에는 겁재가, 경오의 오 안에는 정관이 같이 있습니다. 남은 한 자리가 갑자이고, 이 나무는 한 가지 물만 마시고 자랍니다.
속 글자 하나짜리 열다섯을 묶어 보면
속 글자가 하나뿐인 자·묘·유는 각각 천간 다섯과 짝을 지으니, 이런 일주는 모두 열다섯입니다. 이 열다섯을 십성의 다섯 묶음(비겁·식상·재성·관성·인성)으로 나누면 칸이 빈틈없이 하나씩 찹니다.
| 십성 묶음 | 일지 자 (속 글자 계) | 일지 묘 (속 글자 을) | 일지 유 (속 글자 신) |
|---|---|---|---|
| 비겁 | 임자 · 겁재 | 을묘 · 비견 | 신유 · 비견 |
| 식상 | 경자 · 상관 | 계묘 · 식신 | 기유 · 식신 |
| 재성 | 무자 · 정재 | 신묘 · 편재 | 정유 · 편재 |
| 관성 | 병자 · 정관 | 기묘 · 편관 | 을유 · 편관 |
| 인성 | 갑자 · 정인 | 정묘 · 편인 | 계유 · 편인 |
지장간은 두루미사주 엔진 표, 십성은 일간 기준입니다. 자 쪽 다섯은 모두 음양이 다른 짝이고, 묘·유 쪽 열은 모두 음양이 같은 짝이에요.
자 쪽을 세로로 읽어 보세요. 같은 계수 한 방울이 병화에게는 정관, 무토에게는 정재, 경금에게는 상관, 임수에게는 겁재, 갑목에게는 정인이 됩니다. 자는 지지로는 양으로 세지만 속에 든 계는 음이에요. 그래서 양 천간과만 짝을 짓는 자 일주는 다섯 모두 음양이 엇갈립니다. 묘·유는 음 천간에 음 속 글자라 반대로 전부 음양이 같습니다.
이 차이가 맨 아래 인성 줄에서 드러납니다. 정묘와 계유의 우물에도 나를 낳는 글자 하나만 들었지만, 음양이 같아 편인이에요. 생해 주는 오행은 같고 음양만 달라서 이름이 갈립니다. 인성 한 글자로만 채워진 셋 가운데 정인을 가진 건 갑자예요.

한 가지 물로 자란 나무의 성격
갑자 사전은 이 사람을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안쪽은 조용한 사색가에 가깝다고 그립니다. 갑목의 직진성과 자수의 침잠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다는 거예요. 정인이 일지에 들어 새로운 지식과 이야기에 호기심이 크고, 한번 정한 일은 잘 꺾지 않는다고도 적습니다. 추진력은 겉에 드러나고 신중함은 안에 머문다는 표현이 딱 우물 위 나무의 모습이에요.
정인과 편인의 차이도 여기서 갈립니다. 정인 사전은 정인이 정통 학문과 기관 자격에 강하고, 편인은 비주류 학문·예술·철학·종교처럼 깊이 파고드는 분야에 강하다고 나눠요. 정묘·계유 사전은 일지의 편인이 예술·인문 쪽 끌림으로 이어진다고 적고, 갑자 사전은 학문·교육·연구·법조·의료를 앞에 세웁니다.
갑자 사전이 꼽는 일은 깊이가 쌓일수록 값이 오르는 자리입니다. 글쓰기·기획·컨설팅·멘토링도 잘 맞고, 큰 조직에서는 두뇌 역할이 어울려요. 반대로 단기 성과가 중요한 영업이나 트레이딩은 표현과 실행 쪽 글자의 보완이 있어야 힘이 붙는다고 봅니다.
볕을 기다리는 겨울 물
한 가지 물은 맑은 대신 차갑습니다. 자는 한겨울의 물이라, 갑자 사전은 이 물이 갑목을 얼리는 양면성도 지닌다고 적어요. 자수가 강한 시기에는 갑목이 너무 잠기는 수목냉한(水木冷寒) 형국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화(병·정·사·오) 기운이 드는 대운·세운에서 본연의 활기가 돌아온다고 봅니다.
정인 사전도 같은 쪽을 짚습니다. 정인이 너무 강하면 의존적이 되거나 결단을 미루기 쉽다는 거예요. 자 사전은 수가 지나치면 결정 지연과 정서적 침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래 일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떠올리면 지금 우물의 온도가 가늠됩니다.
- 정할 일을 앞에 두고 자료만 더 모으며 날짜를 미룬다
- 누가 먼저 챙겨 주기를 기다리다 움직일 때를 놓친다
- 생각은 깊어지는데 밖으로 내놓은 결과물은 적다
-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져 사람을 덜 만난다
두세 줄이 겹친다면 우물에 볕이 덜 드는 때일 수 있어요. 갑자 사전과 자 사전이 함께 꼽는 보완은 따뜻한 불 기운입니다. 몸의 피로나 처지는 기분이 오래간다면 사주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갑자일주 여자와 남자, 같은 우물 다른 물길
남자 쪽은 우물 물이 흙을 만날 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남자에게 아내 별은 갑목이 다스리는 흙, 곧 재성(정재 기토·편재 무토)이에요. 사전은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 흙이 아니라 정인이라는 데서, 갑자 남자가 짝에게 이해와 챙김을 먼저 구하고 집안을 믿고 맡길 사람 곁에서 편해진다고 읽습니다. 정재 기토를 본기로 가진 축(丑)은 아내 자리 자와 자축합으로 묶여, 축을 지닌 여자와 인연이 깊다고 봅니다. 같은 기토 본기라도 미(未)는 자와 원진이라 정이 들다가도 서운함이 쌓이고요. 오(午)는 아내 자리와 자오충으로 부딪히는데, 오의 본기 정화가 상관이라 오가 드는 해에는 말실수가 부부 다툼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돈은 자격과 이름값으로 천천히 쌓는 쪽이 맞다고 해요.
여자에게 남편 별은 갑목을 다스리는 쇠, 곧 관성이고, 갑자 사전은 이 일주를 결혼 뒤 남편 덕을 보는 구조로 풀이합니다. 정관 신금은 원칙 있는 남편, 편관 경금은 거칠게 밀어붙이는 남자로 나뉘는데, 갑자 여자는 정관형 곁에서 편안해진다고 봅니다. 남자 쪽에서 본 오(午)의 해는 여자에게도 조심할 때인데, 오의 본기 상관이 여자에게는 자식의 별이라 양육 문제로 의견이 갈리기 쉽습니다.
일은 자격과 전문성이 쌓일수록 대우가 오르는 자리에서 오래 갑니다. 결혼 뒤에도 일을 놓지 않아야 기대는 마음과 균형이 맞는다는 것이 갑자 여자 풀이의 마지막 문장이에요.
갑자일주를 찾아보다 생기는 물음
- Q. 갑자일주는 도화살이 있나요
- 자를 흔히 도화 글자로 부르지만, 두루미사주는 도화살을 태어난 해의 띠(년지) 삼합으로 잡습니다. 일지 자가 도화살이 되는 건 돼지·토끼·양띠일 때예요. 다른 띠라면 갑자일주여도 일지에 도화살은 잡히지 않습니다.
- Q. 갑자일주의 12운성은 무엇인가요
- 갑목에게 자는 목욕 자리입니다. 목욕은 12운성 강약 분류에서 '강함'에 들지 않는 보통의 자리로 봅니다.
- Q. 갑자일주와 끌리는 일주, 부딪히는 일주가 있나요
- 일간 갑목은 기토와 갑기합으로 묶여, 갑자 사전은 기축·기미 일주와 자연스러운 끌림이 있다고 적습니다. 오가 일지인 일주와는 자오충으로 변동이 큰 만남이 되기 쉬워요. 갑자 사전도 일주 궁합은 참고일 뿐이라고 덧붙여요. 자묘형처럼 여기서 다루지 않은 관계는 갑자일주 사전의 합·충 항목에 함께 실려 있습니다.
- Q. 정묘·계유도 일지가 인성 한 글자인데 무엇이 다른가요
- 셋 다 일지 안이 나를 낳는 글자 하나뿐입니다. 정묘·계유는 그 글자가 일간과 음양이 같은 편인이고, 갑자만 음양이 다른 정인이에요. 사전은 편인을 비주류 학문·예술 쪽 깊이로, 정인을 정통 학문과 자격 쪽 자양으로 나눕니다.
가뭄에도 잎이 마르지 않던 느티나무는 뿌리가 닿은 물이 한 줄기여서 오히려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갑자일주가 품은 정인도 그런 물길 하나입니다.




